2020년 6월 15일 인도 서북부 라다크주의 중국 접경지역인 '갈완 계곡'에서 인도와 중국 양국 군이 충돌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습니다. 인도군은 2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하고 중국측은 사상자를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양국 군사 충돌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45년 만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가져왔습니다.
[인도의 초강경 대응]
이후 양국은 해당 지역에 군사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긴장이 고조되었는데요, 병력을 지속적으로 증원하고, 탱크, 전투기, 곡사포 등 화기를 전진 배치하였습니다. 7월 3일 기준 양국은 각각 약 3만명을 증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인도는 이번 사태에 매우 강경한 대응을 보였습니다.
첫번째는 최전방 교전 수칙을 변경한 것입니다. 그간 양국은 우발적 충돌이 확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최전방 2km 이내 배치 군인은 총기나 폭발물을 휴대할 수 없도록 합의해 왔었습니다. 바로 이점 때문에 최전방에서는 난투극, 투석전이 벌어지게 되었고, 이번 갈완 계곡 충돌에서도 못이 박힌 몽둥이가 등장하는 등 논란이 일었죠. 그런데, 6월 22일 인도는 해당지역 지휘관의 재량 하에 총기 사용을 허가한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두번째는 무기 업그레이드 입니다. 프랑스와 기존에 계약해 구매를 확정 지은 전투기의 조기 인도를 요청해 총 36대 중 6대를 7월중 먼저 받기로 추진 하였습니다. 또한, 러시아와 협의 중이던 전투기, 방공미사일 시스템 등의 구매를 조기 추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세번째는 군사회담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입니다. 양국 군은 사태 해결을 위한 군사회담을 수 차례 가지고 있는 중인데요, 6월 30일 회담에서는 양국이 최전방 부대 철수에 합의했으나 인도는 철수 일정 등 구체적 내용의 추가 회담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7월 1일 특수부대를 추가 배치하는 모습을 견지했습니다. 7.3일에는 모디 총리가 직접 해당 지역에 방문하기도하였죠.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인데요, 7월 6일 추가 회담에서 양국은 최전방 충돌지점에서 몇 백 미터씩 철수해 완충지대를 만들긴 하였으나, 중국은 7월 9일 해당 지역 인근의 인프라 공사에 장비를 추가로 도입하는 등 속도를 올리며 도발을 지속했습니다.
[경제 분야로 확전]
특히 인도는 이번 갈등을 경제 분야에도 이어가는 양상입니다. 인도 정부의 무역 보복, 대중 기업 제재 강화와, 민간에서의 중국산 제품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6.25일 인도 정부는 중국산 수입품 통관 시 전수 조사를 시작하였는데요, 통상적으로 샘플링 조사만 이루어지고 서류만으로 통관이 가능하던 것이 서류와 실제 품목을 모두 대조 조사해 시간을 고의적으로 지연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도 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의 전수 조사 개시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국경 갈등에 따른 보복 행위라는 의견이 다분합니다. 또한 향후 중국산 수입품에 高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도 밝혔습니다. 2019년 기준 인도의 대중 무역적자는 486억달러에 달할 만큼 심각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해오던 인도 정부가 이번 사태를 기회 삼아 무역적자가 심한 화학, 철강 전자제품, 중장비 등의 관세를 대폭 인상하려는 것입니다. 또한 IT 통신 분야에서 중국 기업을 강하게 제재하고 나섰습니다. 그간 인도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도 중립을 유지해왔으나 향후 5G 사업에서 중국기업을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6.29일 틱톡, 위챗 등 59개 중국 앱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도 단행했습니다. 인도무역협회 또한 자국산으로 대체 가능한 중국산 물품 3,000여개의 리스트를 발표하는 등 불매운동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식민 역사 때문?]
이러한 양국 분쟁의 원인은 인도의 영국 식민시절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당시 영국이 인도와 중국의 국경선을 설정하였는데, 이를 중국이 중국이 불평등 조약이라 간주하면서 마찰이 시작된 것이지요. 더 넓은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인도는 영국이 설정한 국경선을, 중국은 식민 이전 전통 국경선을 주장하며 결국 1962년 국경 전쟁까지 치렀지만 경계가 모호한 실질통제선만 합의한 탓에 갈등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6월 군사충돌이 발생한 갈완계곡은 양국 모두 양보하기 어려운 전략적 요충지인데요, 인도는 해당 지역 인근이 1962년의 전쟁으로 중국에 빼앗긴 지역이라 의미가 큰 곳이고, 중국은 해당 지역을 지키지 못하면 인근에 위치한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자치구 지역이 동요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티베트는 황허, 양쯔강 등의 수원이 위치해 있고, 신장 위구르는 다량의 원유가 매장된 지역인데요, 이들의 독립 운동이 지속되고 있고, 인도가 여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에 더욱 민감한 것이지요.
양국의 군사 대치가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부진 등의 국내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인도 정부가 반중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경제 분야에서 중국 때리기는 지속 혹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른 우리 기업의 반사이익 기회 또는 동반피해 사례를 잘 살펴보아야 할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