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소 완화되고는 있지만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갔었죠. 미국의 대 이란 제재 및 베네수엘라 봉쇄로 인한 원유 공급 차질로 국제 유가, 즉, WTI, 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이 배럴당 약 71달러를 기록한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하였습니다. 기관들은 배럴당 100달러를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했지요. 과거 인도는 추가적인 요인이 존재하긴 하였으나, 1990년 걸프전 당시 석유파동으로 유가가 급등하자 이듬해인 1991년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등 구조적으로 유가 변동에 굉장히 취약하고, 민감한 편었는데요, 최근 국제유가 상승이 인도 경제에 어떻게 작용하게 될 것인지 그 방향에 대해 진단해보겠습니다.
[인도 경제는 유가가 좌우한다?]
인도 내 원유 매장량 전 세계 매장량의 약 0.5%인 58억배럴 정도로 추정됩니다. 주로 구자라트주, 아쌈주, 라자스탄주와 뭄바이 북서쪽 해안가에 집중 분포하고, 특히 약 30% 정도가 라자스탄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인도의 원유 생산성은 매우 낮은편인데요, 2016년 기준 1일 생산량은 73.4만 배럴로 세계 24위에 그치고 있습니다. ONGC, Oil India, Bharat Petroleum 등 공기업과 릴라이언스, 에사르 등 민간기업들은 원유 필요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2018년 4월 기준 인도 전체 수입 가운데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로 가장 높은 편으로 유가가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합니다. 배럴당 10달러 이상 시 연간 약 110억달러의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지요. 또한 정부의 재정적자도 심화됩니다. 유가가 오르면 정부의 연료 보조금 부담이 급증하는데 역시 배럴당 10달러 인상 시 연료보조금이 연간 약 25.2억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소비자들이 직접 느끼는 물가와도 관련이 높은데요, 석유화학제품이 전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8%로 유가 상승 시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은 편입니다. 휘발유와 디젤 가격이 각각 1루피 오르면 도매물가지수가 각각 0.03%, 0.08% 상승하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에는 다르다! 1.우수한 경제 펀더멘털]
이번 국제 유가 상승이 인도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지 않을 것이라 전망됩니다. 그 첫 번째 이유로는 타 신흥국 대비 경제 펀더멘털이 우수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우선 안정적인 외환 보유 및 외채규모 조정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인도의 외환보유고는 2018년 4월 6일 4,243억 6,6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였는데요, 이번 유가 상승 이후 상당 금액이 유출되긴 하였지만 여전히 과거에 비해 굳건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과거 유가가 급등했던 2014년과 비교하여도 약 1.5배 수준을 보유한 상황입니다.
또한 외환보유고 1년 이하 단기 외채 비중이 과거 대비 낮은 수준입니다. 그 만큼 유가 변동 리스크가 감소한 것이지요. 2011년 28%에서 2014년 26%, 2018년 5월에는 24%로 하락한 상황입니다. 또한 현재 타 신흥국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과 비교하여도 낮은 수준입니다. 이들 국가의 외환보유액 중 단기 외채 비중은 각각 38%, 35%, 26%인 상황입니다. 또한 GST 도입으로 재정적자가 개선된 부분도 경제 펀더멘털을 견고히 하고 있습니다. 2017년 7월 통일간접세가 시행된 이후 2018년 4월까지 신규 등록 세납자가 시행 이전 대비 약 50% 증가하여 월 평균 세수가 약 1조루피를 기록하였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인도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과거 2016년 3.7%, 2017년 4.1%에서 향후 2018년에는 3.5%, 2019년 3.3%, 2020년 3.1%로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였습니다.
[이번에는 다르다! 2.정부의 유가 파급력 축소 노력]
또한 인도 정부는 에너지 산업 구조조정 및 원유 수입국 다변화로 유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축소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신재생 에너지 확대는 모디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2040년까지 전체 에너지 중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40%까지 늘리는 것이 그 핵심입니다. 또한 과거에는 특정 국가에서의 원유 수입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면, 최근에는 여러 국가에서 나누어서 수입하고 있고, 아시아 최초로 미국의 셰일가스도 수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2010년경에는 이란산 원유 수입비중이 약 23%로 월등히 높게 나타났지만, 2017년에는 사우디, 이라크, 이란, 나이지리아, UAE 등에서 약 10%대로 골고루 수입하였습니다.
어떠신가요? 또한 최근 OPEC의 증산발표로 유가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는 상황이라 금번 유가 상승이 인도 경제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합니다. 2018년 1분기 인도의 성장률 또한 7.7%로 최근 2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하였는데요, 유가 등락의 영향에 견고한 구조로 변화해가는 인도의 성장을 주목해 볼만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