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한때 수입 금지 과일이었던 망고는 최근 3년간 연 100% 이상 수입 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인기 고급 과일인데요. 전 세계에 유통되는 망고의 대부분이 인도산 품종이며, 세계 망고 생산량의 약 40%가 인도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특히 인도산 망고는 동남아산 망고에 비해 평균 당도가 높은 편이라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7년 수입이 시작된 이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요. 인도 관광청에서 ‘인도는 망고, 망고는 인디아’라는 광고를 서울 시내버스에 실을 정도이지요. 오늘은 인도 과일의 왕이자, 인도인들에게 특별한 망고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역사적인 망고 사랑]
인도인의 망고 사랑은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고대 경전인 Veda에서 망고는 ‘생명의 상징’이자 ‘신에게 바치는 가장 완벽한 과일’로 묘사되어 있을 정도이지요. 그도 그럴 것이 망고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과육이 풍부하여 전통적으로 풍요를 상징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고대 인도의 지배 계급 이름이자 현재까지도 인도에서 많이 쓰이는 이름인 베샬리, 암라팔리 등은 망고 종류에서 차용한 것입니다. 또한 우리에게 친숙한 노벨 문학상 수상자 라빈드르나트 타고르가 대표적으로 망고를 사랑한 것으로 유명한데요, 아메르 몬주리라는 유명한 시를 비롯하여 여러 편의 시에서 망고를 아릅답게 노래하였지요.
인기 과일인 덕분에, 망고 서리도 횡행했습니다, 인도에서 망고 산책간다라고 하면 망고 서리를 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망고를 먹는 방법도 다양하게 발전하였습니다. 흔히 납작한 타원형으로 생긴 씨를 중심으로 양쪽을 갈라 격자무늬로 잘라 큐브형태로 먹는데요, 인도에서는 망고 열매 자체를 음료수로 만드는 법이 있습니다. 손바닥 보다 작은 사이즈의 망고를 잘 마사지하여 과육을 으깨고, 망고의 머리 꼭지부분을 따서 짜먹는 것입니다.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망고 품종인 드쉐리를 주로 이런 방식으로 먹는데, 짜먹는 망고라 불리기도 합니다.
[망고 소비파워]
인도의 망고 시즌은 3월경부터 시작되어 몬순기간인 6~7월에 절정을 이룹니다. 매년 6월말에서 7월초 델리 관광공사와 식품수출개발청이 공동으로 '국제망고축제'를 개최하는데요, 다양한 품종의 망고 홍보가 주 목적인 만큼 약 500개 품종의 망고가 선을 보이는 장입니다. 망고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 경연 대회, 망고 많이 먹기 대회, 망고 퀴즈 등의 재미난 행사도 함께 진행되어 여름에 인도를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놓칠 수 없는 축제이기도 하지요. 2017년 인도의 망고 생산량은 약 1,921만톤에 달했는데, 약 50여개국으로 수출 중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국내 소비량이 워낙 높아 90% 이상을 자국에서 소비하고 있습니다. 즉, 인도인 1명당 연간 14kg의 망고를 먹는 셈이지요. 음료 시장의 1위가 망고음료이며, 코카콜라사의 망고 음료 브랜드인 마자의 경우 연 매출액이 274억루피에 달할 정도입니다. 음료뿐만 아니라 망고 캔디, 망고잼, 망고 요거트, 망고피클, 망고파우더 등 다양한 망고 관련 제품들의 규모를 합치면 800억루피, 한화로 1조 3천억원 정도라고 하니 망고의 소비 파워는 놀라울 정도이지요.
[국내항공산업 출발의 숨은 조력자]
인도에서 망고는 인도 국영항공사의 전신을 탄생시키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1932년 타타그룹의 설립자 JRD 타타가 현 에어인디아의 전신 타타 항공 서비스를 설립할 당시 운영에 있어서 지방의 호족, 즉 마하라자들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요. 마하라자들은 각종 지역 특산물과 귀중품들 운반에 타타 항공 화물 탁송을 이용해주었고, 그 귀중품 중 주요 품목이 바로 망고였지요. 특히 카슈미르와 바로다의 마하라자들이 망고를 궤짝으로 운반하면서 초기에 안정적인 매출을 올려주었다고 합니다.
[인도인의 자부심이자 통상, 외교 수단]
또한 망고는 인도 대표과일인 동시에 중요한 통상, 외교 수단이기도 합니다. 인도는 핵 문제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신경전을 벌이던 2006년 양국 정상회담 당시 부시 대통령이 인도의 망고를 극찬하며 망고 수입을 발표하여 여론의 호감을 얻었고, 이에 인도는 미국의 상징이라 불리는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수입하는 것으로 화답하였습니다. 한-인도 CEPA또한 2010년 타결된 이후 개정 협상에는 다소 속도를 내지 못하였는데, 2017년 인도산 망고 수입이 타결된 이후로 급물살을 타고 있지요. 대 한국 무역이 적자인 것이 문제가 아니라 망고로 인한 감성적 불만이 더 컸나 싶습니다. 이렇다 보니 인도 통상 관계자는 무역 상대국을 흑자, 적자 국가가 아니라 망고 수입 국가, 비 수입 국가로 나누어 정책을 고려한다는 풍문이 일 정도인데요. 앞으로 사업 관계나 인도인들을 만날 기회에 인도인들의 망고 자부심을 세워주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