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릴 때 갠지스 강에 몸을 담그는 힌두교 신자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힌두교도들이 신성한 갠지스 강물에 몸을 담가 죄를 씻는, 이른바 ‘성하 목욕’ 의식이지요. 그런데요, 이 인도에는 갠지스강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정해진 기간 동안 약 1억명이 넘는 신자들이 함께 모여 목욕 의식을 치르는 순례 축제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2019년에도 1월 15일부터 3월 4일까지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 프라야그라즈 라는 지역에서 이 축제가 열렸는데요, 바로 쿰브 멜라 입니다.
[불사의 영약이 흐르는 강]
힌디어로 ‘쿰브’는 항아리, ‘멜라’는 축제를 의미합니다. 이른바 항아리 축제이죠. 이 의미 속에 축제가 탄생한 배경이 숨겨져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신들이 아수라, 즉 악마들과 싸우던 도중 불사의 영약 암리타(Amrita)를 얻기 위해 최고신 비슈누에게 찾아가 도움을 부탁했습니다. 비슈누는 신들에게 적인 아수라와 함께 화합해서 우유 바다를 휘저으면 이를 주겠다고 약속했고, 신과 악마는 함께 천년 간 바다를 휘저었죠. 그 결과 항아리에 암리타가 생겨났는데요, 불행히도 신과 아수라는 다시 이 암리타를 얻기 위해 싸움을 재개했고 12일 밤낮 전쟁을 치렀습니다. 그러자 비슈누는 이들에게서 항아리를 뺏어 달아나다 네 방울을 떨어뜨리게 되었는데, 이곳이 바로 신성한 강이 되었고, 힌두교인들은 영약이 떨어진 강물에 몸을 담그면 죄를 씻을 수 있다고 믿게 된 것입니다.
[2019년 참여율 역대 최고]
쿰브 멜라는 12년동안 네 번, 네 곳의 성스러운 강에서 돌아가며 열리는데요, 각각 갠지스강 유역의 하리드와르, 야무나강 유역의 프라야그라즈, 고다바리강 유역의 나식, 시프라강 유역의 우자인이 바로 그곳입니다. 2017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후, 쿰브 멜라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축제로 변모하고 있는데요. 특히2019년에는 1.2억명이 참여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축제가 열린 지역인 프라야그라즈가 야무나강 유역이지만 갠지스강과 전설의 강이라 불리는 사라스와티강의 합류 지점으로 더욱 성스럽게 여겨지는 곳이기도 했구요. 2018년 10월 이곳의 지명을 알라하바드라는 이슬람 어원의 명칭에서 힌두교 어원의 프라야그라즈로 변경하며 힌두교적 색채를 강화한 이후 처음 열리는 축제이기도 하였기 때문입니다. 프라야그는 제사의 장소라는 뜻으로 힌두교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최초의 제사를 드린 곳이라는 의미가 담겨있지요.
또한 얼마 남지 않은 총선을 염두에 둔 현 정부가 축제에 엄청난 정부 예산을 투입하기도 했습니다. 우타르프라데시 주정부는 이번 쿰브 멜라 축제에 약 420억 루피, 한화 약 7천억원의 예산을 별도로 배정했는데요. 횡단보도, 교량, 쓰레기통, 가로등 등을 추가로 설치하고 240km에 달하는 도로도 확장했습니다.
[브랜드 참여 및 활동영역도 크게 확대]
쿰브 멜라 기간에는1일 최대 3천만명이 목욕 의식에 참가하고, 순례자들을 위한 임시 천막이 130만개에 달할 정도로 군중이 운집합니다. 참여자들은 통상 목욕 후에는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전통 민속공연 등을 관람하는데요, 그래서인지 목욕, 물과 관련된 제품의 마케팅이 적극적으로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세탁기, 정수기와 같은 가전, 치약, 샴푸, 비누와 같은 위생용품, 퀵드라이 타월 및 의류 등 생활용품의 무료 사용 서비스나 판촉행사이지요. 2019년에는 관련 제품 기업뿐 아니라 항공사, 은행, 휴대폰제조사 등 약 100여개의 기업이 참여 했는데요, 분실물센터, 미아방지센터, 탈의실, 휴대폰 충전부스 등과 같은 편의시설에 브랜드존을 설치하고 마케팅에 열을 올렸지요. 글로벌 기업들도 축제에 적극 참여하며 인도 문화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해나가는데 동참했습니다.
특히 이번 2019년 축제에서는 일부 기업들이 강물 정화 사업에도 뛰어들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회사가 바로 힌두스탄유니레버인데요, 야무나강에서 보트를 운영하는 커뮤니티와 협력하여 강물에 버려지는 쓰레기 수거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죠. 인도 정부는 2014년 10월 간디 탄생일에 맞춰 클린인디아를 발족한 바 있는데요, 그의 탄생 150주년이 되는 2019년까지 깨끗한 인도를 이룩하겠다는 정책 이니셔티브지요. 이 클린인디아의 핵심 사업 중 하나가 바로 갠지스강 정화사업이기도 합니다.
어떠신가요? 이제 쿰브 멜라는 인도인들만의 축제를 너머 세계 기업들의 마케팅 각축장이 되고 있습니다. 발 빠른 일부 한국 기업들은 이미 기회를 잡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데요. 암리타를 통해 삶의 고통을 씻어내는 힌두교인들의 믿음처럼, 쿰브 멜라가 인도 사업을 고민하는 기업에게도 앞으로 맞닥트릴 어려움을 씻어내는 ‘명약’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