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 정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즉CSR 활동의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CSR 담당 임원들이 두려움에 떨게 되었다고 합니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요?
[세계 최초 CSR 법제화]
인도 정부는 2014년 회사법 개정 시 세계 최초로 CSR 의무를 법으로 규정하여 세계의 주목을 받았었지요. 사회에 만연한 빈부격차 및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구제사업이나 개인의 자선활동을 넘어서는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인도 정부가 해결책의 하나로 CSR을 선택한 것입니다. 인도는 전체 인구의 약 20%가 절대 빈곤, 즉, 1인당 연 소득이 3,000달러 미만인 인구가 약 2.7억명에 달하는데요. 또한 이들의 약 80%가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등 지역 불균형도 심각한 편이지요.
법으로 규정된 CSR 의무는 기업이 최근 3년 평균 순이익의 2%를 의무적으로 CSR 활동에 사용하고 그 내역을 공시해야 하며, 미준수 시 사유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출 100억루피이상, 자산 50억루피 이상, 순이익 5천만루피 이상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기업은 적용 대상이 됩니다. 특히 최근 3년간 순이익이 적자인 경우라 하더라도 매출이나 자산 기준에 해당되는 기업은 이익이 없었으므로 지출하지 않았다는 근거자료를 제출해야 하지요. 또한 CSR 계획 수립, 예산 책정, 모니터링 등의 역할을 담당할 사내 CSR 위원회를 설치하고 활동 내역 및 세부사항을 기업 홈페이지에 게시하도록 하였습니다.
[도입 5년차, 변화를 모색]
그렇다면 도입 5년차된 현재 상황은 어떨까요? 도입 첫 해의 과도기를 넘어서 지속적으로 효과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던 바와 달리 기업의 참여가 다소 저조한 상황입니다. 기업이 CSR에 지출한 비용의 경우 도입 첫 해 약 1천억루피에서 1년뒤 1,450억루피로 45%나 급증하였으나, 이후로는 현재까지 지속 증가하지 못하고 비슷한 수준으로 정체되고 있는데요. 정부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참여율은 5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처벌 조항이 없이 자발적 참여를 권장하는 수준이어서인지 사유를 제출하고 지출을 미루는 기업들이 절반이나 되는 것이지요.
반면, 기업측은 정부가 인정하는 CSR 활동이 제한적이라고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시해왔습니다. 정부는 회사법 부칙 7조에서 규정한 11가지 활동만 CSR 지출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11가지 활동은 빈곤퇴치, 교육, 양성평등, 환경 지속성 개선, 문화유산 보존, 재향군인 지원, 스포츠 육성, 정부 구제기금, 정부산하 인큐베이터 지원, 농촌개발, 빈민지역 개발인데요, 그 정도면 대부분의 분야가 포함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겠지만, 단발성 지출이나 국외 지출은 해당되지 않는 등 활동 분야에 대한 세부 사항 제약이 많은 편입니다.
[CSR 활동 활성화 방안]
이에 정부는 최근 CSR 활동 촉진을 위해CSR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위반시 처벌 강화라는 강온 양면책을 제시했습니다. 지난 9월 20일 스타트업 관련 CSR 인정 범위를 정부 기관뿐 아니라 민간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한 것인데요, 과거에는 정부 또는 정부 유관기관이 지원하는 인큐베이터, 공립대학의 과학, 엔지니어링, 의료 분야 연구 지원 등만 인정되었으나 민간 인큐베이터, 엑셀러레이터도 포함하여 CSR과 R&D 역량 강화를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것이지요.
또한 활동의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해 처벌 규정도 만들었는데요. CSR 의무 위반시 민사 및 형사 처벌이 가능하도록 회사법 개정을 시도한 것인데요, 개정안에 따르면 CSR 지출 위반시 기업에 최대 250만루피, 약 4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CSR 담당 임원에게도 최대 3년의 징역 또는 50만루피, 약 83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게 됩니다. 개정안은 빠르게 하원, 상원을 통과했으나 기업측의 강력한 우려와 반발로 대통령승인을 앞두고 현재 전격 보류된 상황인데요. 인도기업인연합회 회장은 CSR 활동 위반을 형사법 위반과 동일시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라며 기업측의 입장을 대변하였고, 뿌슈바 순다르 인도 CSR 전문가 또한 CSR 활동은 기업에서 한 사람 이상의 책임인데 담당 임원을 징역형에 처하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고 반박했습니다. 누가 CSR 담당 임원이 되고 싶겠냐는 것이지요.
향후 인도 정부는 형사처벌은 제외하고 민사 책임에 한정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지속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활성화 방안이 제시될 지도 귀추가 주목되는데요. 인도 진출 기업들은 민간 의견을 수렴하는 국민 CSR 위원회 등과의 교류를 통해 규정 변경 내용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대응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