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산업은 수익성 면에서 위험이 매우 높은 산업으로 손꼽히고 있는데요, 인도에서도 2019년 2월 국내 선도 항공사로 군림했던 제트에어웨이가 자금난으로 불과 15원에 팔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인도 국영은행 등 채권단이 신주 발행을 통해 부채를 모두 주식으로 교환하는 방법으로 15원에 지분 50.1%를 인수하기로 한 것이지요. 그러나 최근 추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국제선 및 국내선 운항을 모두 중단한 상황입니다. 제트에어웨이의 부채규모는 10억달러, 우리 돈 약 1조 1,400억원에 이르지만 보유 현금은 5천만달러에 불과해 파산 직전 상황인 셈인데요. 한국에도 인도 연결편으로 이름이 익숙한 제트에어웨이가 왜 이러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을까요?
[자수성가의 대명사: 나레쉬 고얄 회장]
제트에어웨이는 한때 시장점유 1~2위를 다투던 국내 유력 민간 항공사였습니다. 최근 실적이 다소 떨어지긴 하였으나 시장점유율 11.4%로 업계 4위를 지키며 600여개의 국내선, 380개의 국제 노선을 운항해왔는데요. 제트에어웨이를 반열에 올린 이는 바로 자수성가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나레쉬 고얄 회장입니다.
인도 북부 펀잡 지역의 보석상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면서 집안이 경매에 넘어가는 등 경제적으로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는데요, 이 때문에 일찍이 여행사에서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후 그는 항공사 제휴 등을 통해 항공업계에 발을 넓혔고 고속 승진을 거듭해오다 1974년 인도를 취항하는 에어프랑스, 오스트리아, 캐세이퍼시픽의 대리점 형태인 제트에어웨이의 전신 제트 에어를 설립하게 되지요. 1993년 항공업이 민간에 개방되자 그는 제트에어웨이를 설립하고 5월 5일 첫 운행을 시작하는데요. 2005년 제트에어웨이 상장 당시 19억달러에 달하는 순자산을 기록하며 포브스 선정 인도 부자 16위에 선정되기죠 했죠. 하지만 그는 최근 위기를 겪으며 3월 이사회에서 사임했는데요, 포브스 선정 부자 리스트에서도 찾을 수 없게 되었죠.
[인도 항공업계가 고전하는 이유는?]
그렇다면, 왜 이렇게 급격히 제트에어웨이가 파산에 몰리게 되었을까요? 첫쨰, 유가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항공산업은 유가 변동에 수익성이 크게 좌우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요, 2013년 유가 안정기에 돌입하였을 당시 인도에는 수많은 국내 항공사들이 확장을 거듭해왔습니다. 제트에어웨이도 그 중 하나였지요. 그러나 2018년 7월 이후 유가가 치솟으며 급상승하자, 회사의 경영에 큰 타격을 맞이하게 된 겁니다. 둘째, 부족한 인프라 입니다. 활주로와 터미널이 부족해 비행 대기 시간이 길고, 이에 따른 연료 낭비가 다른 국가에 비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저가항공사의 출혈 경쟁입니다. 아무래도 항공 산업의 특성 상 기업별로 제공하는 서비스의 차이가 크지 않다 보니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웠고, 끊임없는 회사간의 가격경쟁으로 이어져 전체적인 수익성이 낮아지게 된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그 동안 인도 정부는 급증하는 인구 및 물류 이동을 고려해 위태로운 항공사 구제에 적극 개입하는 등의 원조를 해 왔는데요. 이 때문에 항공업계가 안일한 마인드를 갖게 되었다는 점이 항공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항공사의 위기는 이번이 처음의 일은 아닙니다. 인도 항공산업은 1993년 민간에 개방된 이래로, 총 39개의 민간항공사가 시장에 등장하였다가 29개가 존속에 실패하고 말았는데요. 특히 2012년에는 당시 서비스만족도 1위, 우수 항공사 1위, 인도인이 가장 선호하는 항공사 1위를 차지하던 킹피셔 에어라인이 파산했고, 2014년에는 당시 업계 3위로 승승장구 하던 스파이스제트가 파산위기에 직면했다가 가까스로 회생하기도 하였지요.
[성장을 향한 비상]
하지만 이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인도에게 항공산업은 포기할 수 없는 주요산업 중 하나입니다. 2012년 9월 항공업계의 외국인직접투자 한도가 상향되고, 인도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인도의 항공 산업은 2013년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는데요. 특히, 2016년에는 항공 여객 수 1억명을 돌파하며 세계 3대 시장으로 도약, 2018년에는 약 1억 4천명을 기록하였지요. 특히 1인당 연간 항공 이용 횟수는 0.08명으로 미국의 2.5명, 중국의 0.3명 보다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향후 항공산업의 중장기 고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2026년까지 항법 서비스 및 인프라 개발을 위해 18.3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주요 공항의 민간 위탁 운영, 시설 개선 등뿐만 아니라 항공기 제조, 수리 및 정비 서비스 업체에 관세 면제 등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제트에어웨이 사태가 인도 항공업계의 확실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됩니다.